그는 거대한 톱을 들고 숲으로 걸어 들어온다 낡은 점퍼를 입고 흙투성이 장화를 신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미로 같은 나무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햇빛은 눈부시고 그는 망연하다 어제 쓰러뜨린 나무들은 사라지고 없다 숲의 나무들은 다시 처음처럼 울창하게 서 있다 이 숲의 나무들을 다 베고야 말겠다는 벌목공의 야심은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눈 쌓인 날도 어제도 그는 열심히 나무들을 쓰러뜨렸지만 이내 자신의 등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나무들 이 거대한 톱이 원하는 것은 저 나무들이 아닐지도 몰라 그는 처음으로 톱이 두려워졌다 그는 쓰러지는 나무를 피해 다녔지만 톱을 멀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벌목이 끝나려면 내가 스스로 나무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는 반짝이는 은빛 날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그었다 스칠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묘하고 아름다운 소리 그는 자신의 몸을 더 세게 톱질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톱이 이토록 쓸쓸한 말을 하다니 이토록 무서운 말을 하다니 그는 그것이 톱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자신의 몸을 베는 소리인지 감각 없는 뼈를 자르는 소리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더 세게 톱질했다 거대한 톱과 거대한 소리는 숲을 가로질러 그 너머까지 울려 퍼졌다
내가 듣고 있는 줄 그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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